책상 위에 도구가 어느새 여덟아홉 개나 놓여 있습니다.

혼자 재미 삼아 더듬더듬 만들기 시작한 것들이 이만큼 늘어났어요. 손이 닿는 데까지 만들어보자 하고 출발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카드 한 줄이 꽉 차 있었습니다.

지금은 새 도구를 더 만드는 일보다 이미 있는 것들을 다듬는 데 마음을 더 두려고 합니다. 처음 만들 땐 보이지 않던 모서리들이, 쓰다 보니 하나씩 눈에 들어와요. 그 모서리들을 매끈하게 둥글리는 일이 지금은 더 급해 보입니다.

물론 떠오르는 생각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이를테면 — 성적 통지표를 보낼 때 함께 보내야 하는 개별·전체 가정통신문 초안 도우미는 2학기 즈음에, 2월 업무 인수인계를 정리해주는 도구는 학년 말 즈음에. 손이 필요해지는 계절에 맞춰 꺼내보려 해요.

그래도 지금은 책상 위의 것들을 먼저 추슬러 두려고요. 도구들이 손에 익고, 새 아이디어가 다시 두근거리며 떠오르는 날이 오면 — 그때 슬며시 다시 만져보겠습니다.

만드는 일보다 다듬는 일이 더 길다는 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요.

— 작업실 한 귀퉁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