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다듬어도, 딱 맞는 문장은 끝내 나오지 않았습니다.

요즘 생기부 도우미의 프롬프트를 여러 번 손봤어요.
관찰한 내용을 넣으면 더 나은 문장이 나오도록,
조금 더, 조금만 더 하면서요.

그런데 다듬을수록 알게 된 게 있습니다.
아무리 손봐도, 제 마음에 꼭 드는 문장은 나오지 않더라고요.
AI가 뽑아주는 문장과 제가 쓰고 싶은 문장 사이에는,
좁혀지지 않는 작은 틈이 늘 남아 있었어요.


한참을 붙들고 나서야 인정했습니다.
그 틈은 프롬프트를 더 손본다고 메워지는 게 아니라는 걸요.
AI와 제가 생각하는 결이 애초에 조금씩 다르니,
마지막 한 뼘은 결국 사람이 제 손으로 채워야 하는 자리였습니다.

도구가 해줄 수 있는 건 초안까지.
마지막 문장은, 쓰는 사람의 것이어야 합니다.

생각해보면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생기부는 결국 그 학생을 지켜본 선생님의 언어로 적혀야 하니까요.
AI가 매끈하게 다듬어준 문장보다,
조금 투박해도 선생님 자신의 표현이 담긴 문장이 더 그 학생답습니다.

그래서 이 도구를 쓰시는 선생님들께도 꼭 부탁드리고 싶어요.
나온 문장을 그대로 붙여넣지 마시고,
꼭 한 번, 선생님의 손으로 고쳐 써주시길.
도구는 시작을 거들 뿐, 마무리는 늘 선생님 몫이니까요.


그런데 한 가지, 조금 우스운 게 있습니다.
정작 지금은 생기부를 써야 할 한창때인데,
저는 생기부를 쓰는 대신 생기부 '도구'를 붙들고 있었더라고요.
문장 하나 잘 나오게 하려고 프롬프트를 스무 번쯤 고치는 동안,
막상 제가 써야 할 기록은 한 줄도 나아가지 못했고요.

주객이 전도된다는 게 이런 걸까요.
도구를 다듬느라, 그 도구로 해야 할 일을 미뤄둔 셈이지요.

이제 편집기는 잠시 닫아두려 합니다.
저부터, 제 학생들의 문장을 씁니다. 제 손으로요.

— 생기부를 앞에 둔 책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