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무실을 처음부터 다시 짰습니다.

봄에 「혼자 쓰려고 만들었는데」라는 글에 온무실 이야기를 적었어요.
그 화면을 이번 가을, 뼈대부터 새로 짰습니다.


처음 온무실은 필요한 게 생길 때마다 칸을 하나씩 덧대며 만들었어요.
일정, 급식, 한 줄 게시판…
따로 만든 칸들이라 글씨 크기도 제각각이었고, 빨간색마저 한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칸마다 두른 테두리와 여백 탓에, 넓은 화면을 두고도 글 자리는 좁았고요.

걸리는 건 손볼 때였어요.
한 칸을 손보면 다른 칸의 코드까지 고쳐야 했고, 그걸 고치면 또 다른 칸이 기다렸습니다.
예전 코드엔 '급식 메뉴와 통일', '여백 통일' 같은 메모가 아직 남아 있어요.
옆 칸을 흘끔거리며 손으로 맞춰 나간 흔적이지요.
학교 이름이며 D-day 날짜까지 코드 안에 박혀 있어서,
날짜 하나 바꾸려다 엉뚱한 줄을 건드릴까 봐 열 때마다 조마조마했어요.

추석 연휴 무렵, 고민이 시작됐어요.
또 한 칸을 덧댈지, 아예 처음부터 다시 짤지.
결국 다시 짜기로 했고, 그 일은 AI와 함께 했습니다.
저는 어디가 불편했는지, 어떤 모양이면 좋을지 말하고, 새 화면을 직접 써 보며 어색한 곳을 짚었어요.

그 걸림들을 하나씩 걷어 냈습니다.
모양은 종이 신문에서 빌려 왔어요.
깔끔하고 눈에 잘 들어온다고 생각했거든요.
공들인 기능이라 할 만한 건 없어요.
조금 더 편하게, 조금 더 한눈에, 휴대폰에서도 조금 더 쾌적하게. 그뿐이에요.


다 짜고 나서 예전 온무실을 돌아보니, 그제야 실감이 났어요.
업무 담당자가 바뀌는 날이 오면, 이걸 제대로 넘겨주긴 어려웠겠구나.
어디를 열어야 무엇을 고칠 수 있는지, 한데 모아 적어 둔 곳이 없었으니까요.
이번 판에는 시트 맨 앞에 안내 탭을 만들고,
코드에는 파일마다 무슨 일을 하는지 지도처럼 적어 두었어요.
다음 사람이 적어도 어디서부터 보면 되는지는 알 수 있게요.

지금 판도 대단한 시스템은 아니에요.
그래도 지난 온무실은 모든 면에서 부끄러울 만큼 서툰 시제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판을 받아 가신 선생님들도 몇 분 계셨어요.
그 코드를 열어 보시고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지금 와서 생각하면 참 민망합니다.
지난달 코드 나눔을 멈추기로 한 데에는, 이 마음도 컸어요.

몇 달 뒤에 다시 보면 이번 판에도 아쉬운 데가 보이겠지요.
예전 것이 부끄럽게 보인다는 건, 그사이 한 걸음쯤은 걸어왔다는 뜻일 테고요.


봄 글 끝에, 같이 쓰면 좋겠다는 바람의 절반쯤에 와 있는 것 같다고 적었지요.
솔직히 올해는 혼자 쓰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았어요.
그래도 새 판으로 바꾸고 나서, 한 줄 게시판에 달라진 걸 알아봐 주신 분이 계셨어요.
참 고마웠습니다.
재미로 시작한 일인데, 마음 한쪽이 조금 무거워지기도 했어요.
고마움과 부담이 섞인,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운 마음이에요.

이번 판은 나눌 수 있는 모양으로도 일단 만들어 두었지만, 정말 내놓을지는 아직 고민 중이에요.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니까요.

신문은 날마다 새로 찍혀 나와도, 지면의 틀은 그대로 이어지잖아요.
온무실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담기는 소식은 날마다 바뀌어도, 틀만큼은 누가 넘겨받든 알아볼 수 있게.

— 작업실 한 귀퉁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