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이 넘도록, 이 책상에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여름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지나갔어요.
학기 말에는 생기부를 마무리하느라,
방학에는 이런저런 연수를 듣느라,
이른 개학 뒤에는 곧바로 1회고사 문제를 내느라 —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10월이더라고요.
지난 글 끝에 편집기를 잠시 닫아 두겠다고 적었는데,
그 '잠시'가 생각보다 길어졌습니다.
다시 책상 앞에 앉았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만드는 게 아니라 덜어 내는 일이었어요.
분실물 찾기와 학생 미니 청원은
링크 하나로, 가입 없이 누구나 시작할 수 있게 만든 도구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가벼움에 빈틈이 있었어요.
비유하자면 현관에는 번호 자물쇠를 달아 두고
뒷문은 잠그지 않은 집이었습니다.
비밀번호는 화면에서만 확인했을 뿐,
글과 사진이 실제로 담긴 저장소는 누가 두드리든 문을 열어 주고 있었거든요.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화면을 거치지 않고 저장소로 곧장 들어가
다른 학교의 글과 사진까지 읽고, 고치고, 지울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알고 나니 그대로 둘 수는 없었어요.
고치려면 뼈대부터 다시 짜야 했고, 쓰시는 곳도 많지 않아서
붙들고 고치기보다 문을 닫기로 했습니다.
저장소를 잠그고, 두 도구의 운영을 마쳤어요.
온무실 코드도 더는 나누지 않기로 했습니다.
학교마다 쓰는 시스템도, 일하는 방식도 저마다 달라서
저희 학교에 맞춰 짠 코드가 다른 학교에서도 잘 맞으리라 장담하기 어렵더라고요.
대신 온무실 소개는 그대로 남겨 두었어요.
'이렇게도 묶을 수 있구나' 하고 구경하실 수 있도록요.
고친 문장도 하나 있습니다.
도구 목록 아래 안내에 올리신 자료는 어디에도 저장되지 않는다고 적어 두었는데,
모든 도구에 맞는 말은 아니었어요.
연수 등록부처럼 여러 사람의 서명을 모으는 도구는 서버에 자료를 두어야 돌아가거든요.
그래서 도구마다 자료가 어디로 가는지 사실대로 다시 적었습니다.
다만 서버에 자료가 있다고 해서 제가 그걸 들여다보지는 않아요.
운영하면서 제가 보는 화면에는 학교 이름과 등록부 개수 정도만 뜨고,
명단과 서명은 따로 열어 보지 않습니다.
그건 그 학교 선생님들의 것이니까요.
만드는 손보다, 닫는 손이 더 오래 머뭇거렸습니다.
지난 학기 끝에, 만들었다고 다 공개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적었지요.
이번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어요.
이미 내놓은 것이라도 지킬 수 없다면 거두는 게 맞다는 것.
누군가의 자료를 맡는 일은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까지여야 한다는 것.
그렇게 덜어 내고 나니, 작업실의 공개 도구는 여섯 개가 되었습니다.
남은 여섯 개는 하나씩 다시 손봤어요.
생기부 도우미 Ⅰ·Ⅱ, 수행평가 도우미, 기초조사·상담 도우미,
연수 등록부, 업무포털 로그인 유지 도우미까지 —
쓰다 보면 하나둘 걸리던 자잘한 오류들을 고쳤습니다.
5월에 2학기 즈음 꺼내 보겠다던 가정통신문 도우미는 만들지 않기로 했어요.
요즘은 그런 안내 문장쯤은 AI에게 부탁하면 금세 나오니,
굳이 도구로 따로 만들 까닭이 없더라고요.
당분간은 새로 만들기보다, 지금 있는 여섯 개를 오래 쓰실 수 있게 돌보려 합니다.
이 책상이 선생님들께 지켜야 할 약속은
'많이'보다 '오래'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 조금 가벼워진 책상에서